구리 동구릉은 서울 동쪽에 있는 9기의 조선왕릉(15개의 봉분)이라는 의미로 7명의 왕과 10명의 왕비가 이곳에 잠들어 있어 조선왕릉이 제일 많은 곳입니다.
아울러 원이나 묘가 아닌 왕릉만 있는 곳이 바로 동구릉이기도 합니다.
1408년(태종 8) 조선을 건국한 태조의 건원릉이 처음 조성되었고, 이후 문종의 현릉, 선조의 목릉, 현종의 숭릉, 장렬왕후의 휘릉, 단의왕후의 혜릉, 영조의 원릉, 헌종의 경릉이 차례로 조성되었습니다.
당시 능의 개수에 따라 동오릉, 동칠릉으로 불리다가, 1855년(철종 6) 추촌 문조(효령세자)의 수릉이 이곳에 옮겨지면서 동구릉이 완성되었습니다.
[조선왕릉] 조선왕릉이 가장 많은 구리 동구릉(입장료 및 주차장 정보)
오늘은 동구릉이 처음 조성된 태조 이성계가 잠들어 있는 건원릉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동구릉 현릉에서 숲길을 조금 걸어가면 동구릉 건원릉이 나옵니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무덤입니다.
조선왕릉 중 가장 먼저 조성된 왕릉은 태조 이성계의 두 번째 부인이자 첫 번째 왕비인 신덕왕후 강씨의 정릉입니다.
이성계는 지극히 사랑했던 신덕왕후가 1396년 8월에 세상을 떠나자, 한양 도성 안이자 궁궐과 가까운 정동(영국대사관 및 덕수궁 인근)에 아주 웅장하고 화려하게 능을 조성한 것입니다.
이후 조선을 건국한 태조가 세상울 떠난 후 이곳 동구릉에 두 번째로 조선왕릉을 조성한 것입니다.
조선 최초의 왕릉인 정릉은 이후 왕위를 물려받은 태종 이방원에 의해 큰 수난을 겪게 됩니다.
이성계가 세상을 떠나자 정릉을 당시 도성 밖이었던 지금의 성북구 정릉동으로 강제로 옮겨버렸고, 화려한 병풍석과 석물들은 모두 해체되어 한양 도성의 광통교(청계천 다리)를 보수할 때 디딤돌로 쓰게 해백성들이 밟고 지나가게 했습니다.
그리고 백성의 무덤인 묘 수준으로 격하되었다가, 조선 후기(1669년, 현종 10년)에 이르러서야 다시 왕릉의 지위를 회복한 것입니다.
동구릉 북쪽 목릉 옆에 있는 건원릉

건원릉 일대 모습
태조(1335~1408, 재위 1392~1398)는 고려 말 뛰어난 장군으로 공민왕대부터 공을 여러차례 세웠습니다.
1388년 요동정벌을 위해 출정했다가 위화도에서 회군하여 반정을 일으켜 최영 장군 등을 제거한 후 1392년 신진사대부 추대로 개경 수창궁에서 왕위에 올랐습니다.
재위 기간 동안 한양을 수도로 정하고, 나라의 이름을 조선이라 하는 등 조선왕조의 기틀을 다졌습니다.
대한제국 선포 후 1899년(광무 3) 황제로 추존되었습니다.

건원릉 홍살문
홍살문은 능이나 원, 묘, 궁 등 정면에 세우는 붉은 칠을 한 나무 문으로, 지붕 없이 화살모양의 나무를 나란히 세웠고, 그 중간에 태극문양이 그려져 있습니다.
홍살문이 있다는 것은 이곳이 신성한 곳이니 격식이나 예절을 갖추라는 의미를 나타냅니다.
태조의 가족관계는 권력의 비극으로 이어졌습니다.
첫 번째 부인인 신의왕후 한씨로부터 정종인 이방과와 태종인 이방원 등 5형제를 낳고 일찍 죽고, 조선 건국 당시엔 두 번째 부인인 신덕왕후 강씨가 이방석과 이방번을 낳았습니다.
첫 번째 부인의 아들들이 개국공신이었지만, 이성계와 신덕왕후는 이방석을 세자로 세우자 왕자의 난이 거듭 일어나고 말았죠.
결국 이성계는 상왕, 태성왕으로 물러났고 이방과(정종)에 이어 이방원(태종)이 조선 3대 임금으로 등극했습니다.

향로(좌)와 어로(우)
향로는 제향 시 향과 축문을 들고 가는 길이고, 어로는 제향을 드리러 온 왕이 갇는 길입니다.
관람객은 어로를 걸으며 왕이 되어 보면 됩니다.
이성계는 단순히 칼만 잘 쓰는 무인이 아니었습니다.
조선을 건국한 후 한양도성, 경복궁, 종묘, 사직단 등을 건설하며 한양으로 천도했고, 불교 중심이었던 고려와 달리 유교국가의 기틀을 확립했습니다.


왼쪽에는 수라청이, 오른쪽엔 수복방이 있습니다.
수라청은 재실에서 준비한 제례음식을 데우고 진설하는 곳이고, 수복방은 능원을 지키는 사람이 머무는 공간입니다.
태조 이성계가 물러난 후 함흥차사라는 말이 나왔는데요.
다섯째 아들 이방원(태종)이 권력을 잡기 위해 형제들을 죽이자, 큰 충격을 받은 이성계는 왕위를 물려주고 고향인 함흥으로 떠나버립니다.
이방원은 아버지를 모셔오기 위해 보낸 차사(메신저)들을 이성계가 활로 쏘아 죽이거나 잡아 가두어 돌려보내지 않았다는 일화에서 "가서 소식이 없다"는 뜻의 '함흥차사'라는 말이 유래했습니다.

건원릉의 봉분 모습
건원릉의 봉분은 다른 왕릉과 달리 잔디가 아닌 억새(청완)가 덮여 있는데요.
이는 태조가 고향인 함흥의 억새풀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고, 태종 이방원은 함흥 대신 이곳 동구릉에 묻은 후 함흥의 흙과 억새를 가져와 무덤을 덮은 것입니다.
이성계는 조선을 개국한 위대한 왕이었지만, 말년에 겨우 이미 권력은 이방원에게 넘어간 한양으로 돌아와, 자신이 평생 일군 나라에서 쓸쓸히 불교에 귀의해 마음을 달래다가 1408년, 74세의 나이로 창덕궁에서 숨을 거두었습니다.
신덕왕후의 죽음에 이어 신덕왕후로부터 얻은 크게 사랑했던 두 아들을 왕자의 난 때 잃어버리며 인생 말년은 비참했다고 할 수 있네요.

건원릉의 정자각(보물)
정자각은 제향을 올릴 때 왕의 신주를 모시던 곳으로 태종 8년(1408)에 건원릉을 조성할 때 같이 지어진 건물입니다.
위에서 봤을 때 丁자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며, 제향음식을 차려놓는 정전과 제례를 올리는 배위청이 합쳐진 전각입니다.
정자각의 기본형태는 태조 건원릉 정자각을 따른 정면 3칸, 배위청 2칸 등 총 5칸입니다.
15세기부터는 규모를 늘려 8칸의 정자각(현종과 명성왕후의 숭릉 정자각이 해당)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여러차례 보수했고, 1764년(영조 40) 중수청을 설치해 크게 보수한 바 있습니다.
건원릉 정자각은 조선왕릉의 표준이 되는 정자각 형태로 동구릉 숭릉과 목릉 정자각과 함께 보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건원릉 진입로 모습
소나무 숲이 울창합니다.

정자각 제향공간

건원릉의 기신제는 매년 6월 27일입니다.

건원릉 모습
정자각에서는 봉분이 보이지 않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건원릉 비각
왕릉에 세워진 비석에는 신도비(보물)와 표석이 있습니다.
신도비(보물)에는 왕의 업적을 나열한 글인 서문과 왕의 업적을 찬양하는 노래글이 적혀 있는데, 북한에 있는 환조(태조의 아버지) 정릉과 태조의 첫 번째 왕비 신의왕후의 제릉, 태주 건원릉, 태종 헌릉, 세종 영릉까지 조선 초기에만 만들어졌습니다.
5대 임금인 문종의 현릉부터는 왕의 업적이 신록에 기록되어 있으니 신도비를 굳이 세울 필요가 없다고 본 것입니다.
조선 후기에는 왕릉에 신도비 대신 표석을 세웠습니다.
표석 앞면에는 왕릉에 묻힌 왕이나 왕비, 능의 이름을 적고 뒷면에는 생년월일과 재위기간, 왕릉을 만든 날과 위치 등을 기록했습니다.


건원릉 비각 안에는 신도비(보물)와 표석이 나란히 있습니다.
왼쪽의 신도비는 태조가 세상을 떠난 1409년(태종 9)에 세워졌는데, 앞면에는 태조의 생애와 업적, 조선건국이야기를, 뒷면에는 태조를 도와 건국에 공을 세운 신하들의 명단이 적혀있습니다.
이수, 비신, 귀부가 양호하게 보존되어 있어 조선 초기 왕의 신도비는 물론 다른 신도비의 전형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건원릉 신도비는 당대의 신망있는 문신인 권근(1352~1409)이 비문을 지었고, 변계량(1369~1430)이 비음기를, 정구(1350~1418)가 전액을, 성석린(1338~1423)이 비문 글씨를 썼습니다.
그리고 신도비 옆에는 1900년(광무 4)에 세운 표석이 있는데요.
대한제국 1대 황제 고종이 1899년에 태조를 고황제로 추존하면서 이듬해에 세운 것입니다.
앞면에 고종이 직접 쓴 글씨로 '대한 태조 고황제 건원릉'아러 적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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